'공신'활동의 방향에 대한 고민(2)
2010/03/11 05:30 | 분류없음 |
SNU교육저널10호 독자의견. 싸이에 올렸던 건데 여기 다시 갈무리.
안녕하세요:) 저는 이화여대에서 화학교육을 전공하는 학생입니다.
중고등학교 때 대한민국 교육에 대한 불만이 많았고, 이 땅의 교육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사범대에 진학했는데요, 막상 대학생활에 치여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기만 한 저를 반성하며 올해부터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에서 공신과 동행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공신(공부를 신나게, www.gongsin.com) 4기로 1학기 때 '지우학'이라는 멘토링+학습관리프로그램에 코치로 참여했고, 지금은 공신 멘토링팀에 있으면서 지우학을 좀 더 개선시켜보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지우학의 방향이 완전히 맘에 들지는 않더라도, 프로그램 안에서 좀 더 학생과 의미있는 소통을 하기 위한 틀 개선은 가능하니까요.
그저께도 서울대입구역 파리바게트에서 공신 멘토링팀 회의를 하고, 서울대에서 멘토링팀원 한 분께 밥을 얻어먹은 후, 책이라도 좀 읽고 갈까해서 수다를 더 떨기 위해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인문학술관(맞나요?)에 들어갔는데요, 한창 수다를 떨고 나가려다가 책장에 여러 권 꽂혀 있는 교육저널 10호를 발견하고 무심코 펼친 지면이 바로 멘토링 기획기사였습니다.
뭔가 저를 스쳐지나가고 말 글은 아닌 것 같은 느낌에, 여기 책들을 가져가지 말라는 경고문에도 불구하고 한 권을 집어서 가방에 얼른 챙겨넣었다죠.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안, 멘토링 기사를 읽으면서 제가 공신 멘토링에 대해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과 참으로 비슷하다는 생각에 제 느낌이 적중했음을 깨달았습니다.
공신은 '공부를 신나게'하자는 뜻으로 이름이 지어졌고, 대한민국 교육에 '희망'을 전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경험한 공신은 경쟁체제를 수용한 채 '기회의 평등'을 내세우며(기회의 평등은 기능론적 관점에서 경쟁체제를 정당화하기 위한 조건이죠-교육사회학시간에 배운...) 입시교육의 틀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고, 이는 때로 신나지 않은 공부도 하게 해야하며, 교육에 희망을 전하기엔 기존 교육의 틀이 너무 암울하니까요.
이러한 맥락에서, '멘토들은 청소년들의 '짐'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돈'을 덜어주는 것이다', '대학생의 멘토를 뽑는 기준이 학점이 아니듯이 청소년의 멘토도 좀 더 다양해질 순 없을까' '기존 교육이 얹어주는 짐에 지친 청소년들을 위로하고자 시작된 일이, 기존 교육의 인재상에 좀 더 적합하게 다가가기 위한 도구-사교육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는 등의 구절은 현재 행해지는 멘토링 이면의 정곡을 찌릅니다.
그렇다고 해서, '공신 웹 사이트는 기존 대형입시사이트와 차별화 된 점을 찾기 힘들다. 이는 사교육이 맡고 있는 역할과 다를 바가 없다'는 대목, '입시에 획일화된 멘토' 라는 표현까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기는 힘들었습니다.
분명 형식적으로 공신이 하고 있는 일은 사교육의 그것과 별다를 게 없지만,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획일적 입시문화에 미세한 '균열'을 일으키는 아우성을 들을 수 있어요. 희망은 저절로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있음으로 인해 비로소 '보이게' 되는지도 몰라요.
http://gongsin.com/zbxe/?document_srl=12330169 한 공신이 쓴 칼럼. 외부의 각종 공부하라는 압력을 '내 공부'가 될 수 있도록 잘 활용하라는 조언은 무조건 자기 학원에 수강하도록 감언이설로 학생들을 꼬득이는 사교육과는 좀 거리가 있죠.
http://gongsin.com/zbxe/?document_srl=12471817 공부를 스타크래프트에 비유하는 건, 입시에 매몰된 사람이 쓸 수 있는 글은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입시공부를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봐야 나올 수 있는 통찰이 아닐까 합니다.
http://gongsin.com/zbxe/?document_srl=12468644 이건 제가 쓴 수기인데, 솔직히 말해 공신이라는 곳에 쓰는 글로써 학생들의 입시를 무시할 수 없었기에 글 쓰는게 무척 힘들었지만, 그 안에서 조금이라도 학생들의 영혼이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썼습니다.
저는 '공부하는 기계'가 되라고 요구하는 입시에 완전히 매몰된 수험생은 이 땅에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요. 인간은 아무리 애써도 결코 '기계'와 같아질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기에 각각의 다양한 경험과 가치관과 생각을 가진 한 인격체로서의 각각의 공신멤버들은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때 자연스럽게 '인간적인 요소'들이 발현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한 인간적인 가치들은 때로 입시문화에 맞설 계기를 던져주기도 하고요.
결론적으로, 다른 사교육과 차별화되는 공신의 최대무기는 '선배로서의 솔직함에서 우러나오는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조언과 교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편, 저는 공신의 '철학' - 정말로 이 땅의 교육에 '희망'을 전하기 위한 진지한 고민들 - 이 부재함을 느꼈고, 따라서 실제로 자신은 공부하는 기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게 공부기계가 돼라고 요청하는 우스꽝스러운 아이러니가 비일비재하는 곳이 공신의 실제 모습이긴 하지만요.
아, 물론 저는 이런 말들을, 공신이라는 곳을 '합리화'하고자 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현재 영향력을 지닌 단체 안에서 좀 더 희망을 찾는것이 현실적으로 뭐라도 바꿀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공신활동을 하고있는 저로서는, 공신 말고 다른 대안이 있다면 그쯕으로 건너가고 싶지만 아직까지 대안을 발견하지 못했네요. ㅠ 이 글은 오히려 공신을 나갈까 고민하다가 일단 시작한거 올해까지만 계속해보자고 결정한 후 제가 할 수밖에 없었던 고민과 생각들의 일부랄까요.
입시의 수단이라기보단 '지배당하지 않는 법, 조금이나마 지배체제를 교란시킬 수 있는 법'으로서 공부가 중고등학생들에게 가질 수 있는 힘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학생들이 모인 곳은 없을까, 제가 적극적이지 않아선지는 몰라도 그런 곳은 찾아지지 않던 차에 우연히 교육저널을 발견하게 되어서 정말 반갑습니다 :)
대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진정으로 교육적인 실천은 과연 무엇일지, 좀 더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실행에 옮길 필요성을 느낍니다. (제가 서울대생이 아니어서 여기 참여할 수 없는게 참 아쉽네요 ㅠㅡㅠㅠㅡㅠㅡㅠㅡㅡㅠ 이대에는 이런 모임이 없는 것 같거든요ㅠ)
멘토링 기획기사 뿐 아니라, 스펙 특집, 일제고사 기획 등 다른 기사들도 잘 읽었습니다.
2009. 8. 27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이 글을 쓰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특히 ,
"희망은 저절로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있음으로 인해 비로소 '보이게' 되는지도 몰라요" ,
"조금이라도 학생들의 영혼이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습니다" 는 표현에 대해서.
물리주의자로서 나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걸까? 영혼이 실재함을 믿지 않지만, 학생들의 '영혼'이 자유로워지기를 바란다고??
또한, 물질 그 자체는 아무런 의미도 없으므로, 희망을 내 마음속에 가져야 하는 궁극적인 이유, 영혼의 자유로움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 또한 물리주의자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세계가 어떻게 굴러가든지간에 무의미한 물질에게는 별 상관이 없을테니까.
하나님의 존재를 회의감 속에서도 정말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아니 갈구하게 되는 요즘이다.
(2009.1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