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의 경험
5살 꼬맹이 우리딸, 어느 날 저녁 그날 낮에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을 복기하며 엄마에게 얘기를 들려준다. 우리 꼬맹이의 친구가 아주 멋진 장난감을 가지고 왔는데, 너무 멋있어서 한번만 가지고 놀아도 되냐고 물었다. 그 친구는 "안 돼!" 라고 했다. 그 친구가 성질이 고약하거나 우리 꼬맹이를 싫어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5살 정도 아이가, "내가 너무 이 장난감을 좋아해서 너에게 잠시 빌려줄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있어. 미안하지만 안 되겠어, 친구야."라고 말을 하지 못하고, 직설적으로 단순하게 표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인 장난감에 대한 오너십을 표한 것이기 때문에 비록 기분이 나쁘긴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뭐라고 했냐고 물어보니, 아무말도 못했다고 한다. 그 장난감을 딱 한번만 가지고 놀아봤으면 좋겠는데 친구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입을 삐죽거린다.
너라면, 어떻게 할건데~??
꼬맹이가 엄청 좋아하는 장난감이 있는데, 친구가 빌려 달라고 하면 빌려주겠냐고 물어본다. 곰곰이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안 될 것 같다고 한다. 낮에 그 친구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가는 눈치다. 친구 장난감을 빌려 달라고 할 때는 그냥 한 번만 빌려 달라고 해서는 안 된다고 얘길 해준다. 특히나 그 장난감이 친구가 너무너무 사랑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안 된다고, 친구의 입장에서 생각을 잘 해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도대체 엄마말이 무슨 뜻이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엄마의 처방
그래서 정말 비밀인데, 엄마가 우리 애기니깐 알려주는 거라며 썰을 푼다. "그런 상황이 또 생기면 이렇게 하는 거야!"
첫째, 친구가 너무 예쁘다거나 멋있다거나 옷이 예쁘다거나 신발이 너무 멋지다며 칭찬을 기분좋게 해준다. 칭찬을 할 때는 방긋방긋 웃어야 한다. 절대 울거나 인상을 쓰거나 하면 안 된다.
둘째, 같이 놀면서 장난감이 너무 좋아 보인다며 부러운 표정을 짓는다. "우와~ 정말 멋진 장난감이다!", "우와~ 너는 정말 좋겠다!", "우와~ 이렇게 좋은 장난감을 가져서 부러워~!!" 약간의 물밑 작업이라고나 할까.
셋째, 최고로 예쁜 표정과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친구야~ 나 딱 한번만 네 장난감 가지고 놀아도 돼? 아주 조금만 가지고 놀께!~ 아주 조심히 말이야~"하고 물어본다.
누가 꼬맹이한테 울며불며 얘기를 하며 기분이 좋냐고 물어보고, 방긋방긋 웃으며 물어보면 기분이 어떠냐고도 물어본다. 정석같은 답변을 한다. "그래! 맞아! 그러니깐 친구 기분을 엄청 좋게 한 다음에 물어보라구!!"
"만약에 그래도 친구가 장난감을 빌려주지 않으면, 딱 포기 해야해! 그리고, 며칠 뒤에 다시 슬며시 웃으면서 물어 봐야해~ 자꾸 안 된다고는 못하거든." 이렇게 얘기를 해줬더니, 엄마말이 너무 웃기다는 듯이, 아니 엄마 연기가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 감이라는 듯이 벙글벙글 웃는다.
배운건 실천해야지!
그리고 며칠 후, 씻고 잘 시간이 돼서 "엄마는 목욕하고 올께." 하니, 우리 꼬맹이가 다다다닥 뛰어오며 책을 읽어 달라고 조른다. "엄마, 제발요~" 엄마가 너무 일을 많이 하고 피곤해서 안 된다고 하니, 우리딸이 갑자기 표정과 목소리를 고치며 (약간 부자연스럽게) 얘길 한다. 미소를 한껏 머금고 목소리는 밝고 높고 가늘게 하며, "엄마아아~~ 책 딱 한 권만, 딱 한 권만 읽어주시면 안될까요~? 헤헤헤 딱 한 권만요오오오오~~~" 바로 엄마 미소가 얼굴에 걸리며, "잘하네, 우리딸! 당연히 읽어줘야지!" 한다. 교육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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